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좀 특이했습니다. 2016년 개봉 당시 함께 살던 룸메이트가 극장에서 보고 와서는 완전 비추천이라고 강하게 말했거든요. 내용도 모호하고 묘하게 그로테스크해서 무슨 영화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제가 IPTV로 직접 구매해서 봤을 때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제 취향, 그 자체였습니다.

팀버튼 감독 특유의 몽환적 미장센,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일반적으로 팀버튼 감독 영화는 대중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취향을 상당히 타는 작품입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란 영화 속 화면 구성, 조명, 색감, 소품 배치 등 시각적 연출 전체를 의미하는데, 팀버튼 감독은 이 부분에서 기괴하면서도 동화 같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제이크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웰스 섬이라는 곳을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제이크는 1943년 9월 3일을 영원히 반복하며 살아가는 '별종(Peculiar)' 아이들과 그들을 보호하는 미스 페레그린을 만나게 되죠. 여기서 별종이란 일반인과 다른 초능력을 가진 존재를 뜻하는데, 영화에서는 공중부양을 하거나 투명인간이 되거나 뒤통수에 입이 달린 아이 등 각자 독특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특히 아이들이 각자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지내는 루프(Loop) 안의 일상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루프란 특정 시간대를 계속 반복하는 폐쇄된 시공간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타임루프처럼 같은 하루가 매일 되풀이되는 안전한 공간입니다(출처: 판타지 영화 데이터베이스 - IMDB). 매일 똑같은 9월 3일을 살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행복해 보였고, 제이크가 점점 그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정말 따뜻했습니다.
제가 직접 IPTV로 구매해서 집에서 봤는데, 솔직히 영화관 큰 화면으로 봤다면 훨씬 더 몰입감이 좋았을 것 같아서 지금도 아쉽습니다. 팀버튼 감독 특유의 색감과 구도가 워낙 독특해서 큰 스크린으로 보면 그 기묘한 아름다움이 배가되거든요.
다만 이런 스타일이 모두에게 통하지는 않습니다. 제 룸메이트처럼 그로테스크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았어요. 실제로 개봉 당시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가도 갈렸습니다. 시각적 완성도는 높지만 서사가 다소 단순하다는 평이 많았죠.
핵심 비주얼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동화책을 찢어낸 듯한 기괴하고 몽환적인 색감
- 각 아이들의 능력을 표현하는 독특한 시각 효과
- 1943년 영국 시골을 재현한 빈티지한 세트와 의상
판타지 세계관은 매력적이나, 후반부 서사는 아쉬움
일반적으로 판타지 영화는 초반 세계관 설정이 어렵고 후반으로 갈수록 탄탄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제 경험상 정반대였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별종 아이들의 능력과 루프 시스템, 그들을 위협하는 할로우(Hollow)라는 괴물의 존재가 탄탄하게 쌓여갔습니다.
할로우는 영생을 얻기 위해 무모한 실험을 하다가 흉측한 괴물로 변한 존재입니다. 이들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기 위해 별종 아이들의 눈을 먹어야 했고, 임브린(Ymbryne)이라 불리는 시간을 조작하는 능력자들이 아이들을 지켜왔죠. 여기서 임브린이란 타임루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별종을 뜻하는데, 미스 페레그린이 바로 대표적인 임브린입니다(출처: 랜섬 릭스 원작 소설 시리즈).
제이크는 자신도 할아버지처럼 할로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별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됩니다. 이 설정 자체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협동해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구조가 팀워크 판타지의 전형적인 재미를 제대로 살려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후반부였습니다. 빌런인 바론이 미스 페레그린을 납치하고 제이크와 아이들이 그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루프 지도를 이용해 2016년으로 넘어와 바론과 대결하는 클라이맥스 장면도 시각적으로는 화려했지만, 갈등 해결 방식이 너무 단순했습니다. 제이크가 할아버지가 죽기 전 시점으로 돌아가 바론을 처치하고 할아버지를 살리지만 엠마와는 영영 헤어지게 된다는 설정도 감정선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판타지 장르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초중반부 세계관 구축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 전개가 힘을 잃는 느낌이 들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풀어줬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이 시리즈물이고 아직 다루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거든요.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팀버튼 감독이 다시 연출한다면 전작의 아쉬운 점을 보완한 더 완성도 높은 속편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정리하면,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팀버튼 감독 특유의 기괴하고 몽환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이 빛나는 영화입니다. 다만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과 후반부 서사의 단순함은 분명한 단점이죠. 제 룸메이트처럼 비추천하는 분도 있고 저처럼 인생 영화로 꼽는 분도 있는 작품입니다. 만약 팀버튼 감독 영화를 좋아하시거나 판타지 장르를 즐기신다면, 한번쯤 시청해보시길 권합니다. 단, 큰 화면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참고:<진진무비>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뽑았던 판타지 영화, 설마..아직도 안 봤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clnyVg1g6n0